프로야구 '1호 언더핸드 투수'인 한희민 씨가 올 9월 고향인 영동으로 돌아와 리틀야구단 창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영복 기자
프로야구 '1호 언더핸드 투수'인 한희민 씨가 올 9월 고향인 영동으로 돌아와 리틀야구단 창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영복 기자

 

“영동에서 제2의 한희민을 찾아내 키워내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다소 어설픈 소리일 수 있지만 야구선수라는 꿈을 주는 야구단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한국프로야구 ‘1호 언더핸드 투수’로 꼽히는 한희민(58) 씨가 고향 영동에서 리틀야구의 붐을 일으키기 위해 첫 발을 내디뎠다.


한 씨는 영동초-영동중-세광고-성균관대를 거쳐 1986년 빙그레 이글스 1차 지명을 받아 에이스 투수로 활동했으며 1993년 삼성 라이온즈를 거쳐 1994년 대만 줜궈 베어스에서 활동한 선수다.


슬라이더와 싱커를 주무기로 하는 우완 언더핸드 투수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쳤으며 창단 초기 빙그레에서 이상군 선수와 함께 쌍두마차를 이뤄 에이스로 활약했다.
특히 KBO(한국야구위원회) 대표 언더핸드 투수로 몸을 비틀어서 던지던 특이한 투구폼은 아직도 야구선수는 물론 팬들에게 역대급 ‘레전드’로 폭넓게 회자된다.


2005년 KIA 타이거즈 2군 투수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광주동성고, 경북고, 강릉영동대, 대전고 등에서 코치로 활동했으며 2014년부터는 논산시 리틀야구단 감독을 맡아왔다.

지난해 12월 논산시 리틀야구단을 해체하고 올 9월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현재 영동군 용산면 율리에 위치한 송담재 공원에 둥지를 틀고, 영동군과 협의해 마련한 부지를 아이들이 훈련할 수 있는 야구장으로 손수 조성하고 있다. 과거 지도자의 길을 걷기는 했지만 직접 야구장을 조성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고향인 영동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고 마지막 야구인생이라는 각오가 남다르다. 이곳에 자리를 잡자마자 그는 잡초가 무성했던 공원의 풀을 깎고 현재는 자가에 직접 용접한 건축용 철골를 묶어 운동장을 돌며 땅고르기 작업에 한창이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논산시 리틀야구단 감독 때부터 야구인생 마지막은 고향에서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며 “마땅한 리틀야구단 한 곳이 없을 정도로 야구 불모지인 영동에서 야구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싶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 손으로 직접 고향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야구장을 만들어 선물하고 싶었다”며 “다시 야구 꿈나무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뛰고 두근 거린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야구 불모지에 씨앗을 뿌려 싹을 틔우고 결실을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한 씨는 “재정적인 어려움은 물론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까지도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학생모집만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고향인 영동에서 제2의 김우열, 장종훈, 한희민이 반드시 탄생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제 야구인생 마지막 종착역이 이곳 영동입니다. 제 고향 영동의 야구기반이 더 넓어질 수 있도록 남은 야구열정을 쏟아붓도록 혼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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